국내 1위 펫 전문몰 ‘펫프렌즈’는 2021년 1,500억원에 IMM PE와 GS리테일에 매각되었는데요, 2015년에 이 회사를 창업했던 84년생 창업자는 6년 만에 회사를 매각하며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펫프렌즈는 어떻게 성장하였고 매각까지 성공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펫프렌즈 개요
2015년 설립된 펫프렌즈는 펫 전문 온라인 몰로, 펫 전문 몰에서는 거래액이나 시장 점유율 기준 국내 1위로 평가 받습니다.
설립 불과 7년차인 2022년 기준, 펫프렌즈의 연 거래액은 1,000억을 돌파했고, 연매출은 864억으로 40% 이상의 연간 성장율을 달성했는데, 2023년은 매출액만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상반기 매출 492억원 달성)
펫프렌즈 창업 및 성장스토리
2015년 84년생의 김창원 대표는 서른 살의 나이에 펫프렌즈를 창업하였습니다. 김창원 대표는 고려대학교 사회체육학과 03학번 출신으로, 졸업 후 체대 입시 학원을 개설했으며, 전국적으로 10개 이상의 지점을 오픈할 정도로 나쁘지 않은 성공을 경험하였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강아지, 고양이 등 여러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느꼈던 펫 전문몰의 부족함을 해결하고자 자본금 2억으로 창업하였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서울에서 자취를 하던 김창원 대표는 본인이 먹을 햇반도 제때 사놓지 못해 동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경우햇반이야 집 앞 편의점에서 사오면 되지만, 강아지 사료가 갑자기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바로 사기가 힘들다는 불편함을 여러번 경험했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배송과 고객관리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 강남권을 시작으로 반려동물의 사료, 간식, 용품을 주문 2시간 내(향후 1시간으로 단축)에 배송해주는 배송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배송 기사를 내부 채용해서 무료로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다 보니 회사는 적자 상태였고, 투자금이 필요했습니다. 펫프렌즈 서비스에 투자할 기관 벤처캐피탈을 찾지 못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펫프렌즈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3년 만에 6배의 투자수익을 올렸다고 하네요.
그 뿐만 아니라 펫프렌즈는 고객관리(CS)에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여 고객 감동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객의 반려동물의 종, 성별, 생일 등의 프로필을 기입하게 하고 특별히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생일에 필요할만한 추천 선물을 정성스러운 손편지와 함께 무료로 보내주고 전문가가 24시간 상담하는 CS 시스템을 갖추는 등 한번 펫프렌즈를 경험한 고객은 놓치지 않겠다는 철학으로 승부하였습니다.
무료 샘플, 생일 선물, 손 편지, 24시간 고객상담 등 타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CS로 펫프렌즈 고객들이 알아서 인스타, 페이스북 등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별다른 마케팅 지출 없이도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고객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1년 내 재구매율이 80%를 상회할 정도로 충성 고객을 제대로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김창원 대표가 직접 반려동물을 키우며 필요로 했던 서비스이고, 반려동물을 그저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느끼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high-touch’ 고객 서비스는 김창원 대표가 여러 인터뷰에서 스스로 인정했듯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미국의 펫 전문 커머스 기업 ‘Chewy(츄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Chewy는 미국에서 아마존과 함께 반려동물 용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1등 업체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16조에 달했을 정도로 큰 기업입니다.
빠른 배송, 고객 감동 서비스를 기반으로 재구매율이 80%에 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만 한다면 ‘신규고객 & 재구매고객’ 콤보로 회사 매출의 급성장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저는 PE에 근무하던 시절 2019년 초, 펫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검색하다 펫프렌즈를 알게 되어 콜드메일을 통해 미팅을 잡게 됩니다. 때마침 곧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는 반가운 대답과 함께 제 가슴은 터질 듯 흥분했습니다. 마침 김창원 대표가 롤모델로 삼았던 미국의 ‘Chewy’는 제가 있던 PE의 미국 오피스에서 투자했다 큰 재미를 봤던 회사로 첫 미팅부터 말이 잘 통했고, 저희 PE로부터 꼭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미국 ‘Chewy’에 투자한 PE, 펫프렌즈에 투자하다”라는 기사만 나가도 펫 업계와 VC 업계에서 마케팅하기에는 너무 좋았으니까요. 짧은 준비 기간 동안 투심을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한달 내내 거의 매일 새벽 4-5시 퇴근) 100장 가까운 투심자료를 만들어 투심에 들어갔지만, 결국 홍콩, 대만 오피스의 반대로 투자는 불발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오피스는 ‘미국 커피빈’, ‘메디힐’ 투자로 수년간 엑시트를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오피스가 올리는 딜을 더 이상 승인해주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시리즈 B 라운드로 100억원의 투자를 받다
제가 있던 PE에서 투자가 불발된 후, 몇 달 뒤 ‘펫프렌즈, 시리즈 B 라운드로 100억원 투자유치 성공’이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나 없이 잘 나가는 전 여자친구를 보는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시리즈 B 라운드에는 기존 투자자인 뮤렉스파트너스와 GS리테일이 출자하고 CJ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 주주로 참여하였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펫프렌즈는 외국의 유명 사료 브랜드, 국내 간식 및 용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 정도였지만, 본 투자를 기반으로, 회사는 본격적으로 자사의 PB 상품을 확장하며 매출과 마진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기 시작합니다.
펫프렌즈, IMM PE와 GS리테일에 1,500억원 가치에 매각되다
이듬해인 2020년, 145억원의 투자를 한번 더 유치한 펫프렌즈는 2021년 무려 1,500억원 가치에 IMM PE와 GS리테일에 매각됩니다. 신주 투자와 구주 인수를 통해 IMM PE가 지분의 60%를 확보하였고, GS리테일은 35%를 가져가고 창업자인 김창원 대표가 5%의 지분을 남기고 모두 매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존에 투자했던 뮤렉스파트너스, CJ인베스트먼트, ES인베스터 등 많은 VC들 역시 큰 수익을 보고 엑시트하게 되었고, 저는 이 기사를 한국, 홍콩, 대만, 미국, 중국 오피스 등에 영어로 번역하여 이메일로 공유했습니다.
84년생 창업자는 얼마나 벌었을까?
매각 시점에 창업자 김창원 대표가 얼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공동창업자가 있었고, 초반부터 5-6번의 투자를 유치한 점을 고려하면, 각 라운드마다 15-20%의 지분 희석이 있었을 것으로 보아, 약 20%대의 지분이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5%를 남기고 모두 매각한 점, 1,500억원은 신주 투자 기준 기업가치였으며, 구주 할인을 고려하여 기업가치기준 1,100-1,200억원 수준으로 매각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거기에 잔여 5% 지분을 제외하고 약 15-20%의 지분율을 곱하면, 비상장사 대주주 양도세율 약 20%를 제하고도 약 200억원 수준의 엑시트를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이제 만 39세에 불과한 창업자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멘토가 되어 공식, 비공식적으로 왕성하게 스타트업에 투자 또는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창원 대표는 매각 이후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완벽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여러 좋은 일에 투자하며 보람 있는 일을 하고, 또 다른 넥스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만 봐서는 ‘잭팟 엑시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김창원 대표는 제가 밤새며 투심자료를 작성하고 만나러 갔을 때, 본인도 밤샜으면서 티 하나 안내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엑시트할 때까지 그의 열정과 일에 미친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며, 그가 겪은 수년 간의 고생이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각에 대한 기사를 접했을 때 ‘이 분 역시 해내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MM PE 펫프렌즈 인수, 그 이후
IMM PE와 GS리테일이 인수한 이후에도 펫프렌즈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습니다. MAU 기준 시장 점유율이 37.6%로 압도적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매출 역시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2023년, 연매출 1,000억원 돌파가 예상됩니다.
IMM PE와 GS리테일은 김창원 대표를 이을 새로운 전문경영인으로 윤현신 대표를 CEO로 임명합니다. 윤현신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컬럼비아 MBA 출신으로 맥킨지 전략컨설팅펌과, 존슨앤존슨, 쿠팡 등 소비재 기업에서 수년 간 제품 관리, 마케팅, 세일즈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입니다.
윤현신 대표는 펫 전문 소비재 기업, 펫프렌즈를 이끌 적합한 CEO로 평가받으며, 2021년 인수 이후 지금까지 펫프렌즈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아직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는 IMM PE는 잔여 지분을 GS리테일에 매각하거나 상장을 통해 몇 년 내에 엑시트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케이스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