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 고소 당하다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작가가 한미반도체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저도 이 분이 쓴 ‘K배터리 레볼루션’ 책도 읽고 한국의 2차 전지 산업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믿고 있습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튜브 방송에도 많이 출연하셨는데, 말도 굉장히 재밌게 잘하고, 표현에 거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분이 유튜브 방송들에서 했던 언사들 중 문제가 될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읽남TV에 나와서도 “반도체는 이제 끝났다”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실제 2023년 4월 26일, 부읽남 채널에 올라온 “2차 전지 조정 받을 겁니다. 그 때 이걸 사세요” 영상 7분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해 “개발이 끝나서 더 이상 성장할 여력이 없는 산업이다. 반도체는 명동이라, 개발이 끝났고 앞으로 쇠락할 일만 남았다”라고 발언합니다.

한미반도체 고소 배경이 된 사건의 발단
더 문제가 된 영상은 유튜브 ‘머니맵’에 나와서 한미반도체를 언급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반토막이 났는데 주가가 올랐으니 이것이야말로 거품주다. 금융감독원과 대형 증권사에서 조심해야 될 회사”라고 깐 부분입니다.
그런 저격에도 불구하고 한미반도체는 올해 450% 넘게 상승하며 시가총액 6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개인이 투자에 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수도 있는 말을 두고 기업에서 고소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입 잘못 놀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표현에 있어 과했다는 점에 동의하는 정도의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품주, 금감원 같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보는 방송에서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전 오히려 박순혁 작가의 한미반도체 개별 기업에 대한 발언보다는 반도체 산업을 덮어두고 “쇠락할 일만 남았다”는 식으로 발언한 부분이 더 아쉽습니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방송에서 어떤 발언을 하고, 특히 산업에 대해 저정도 확언을 할 때에는 바탕 된 공부가 있어야 합니다. (본인은 반도체 잘 안다고 하심)
저는 주식 투자를 즐겨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엉덩이가 가벼워 주식으로 돈 벌어본 적 아직 없음)
다만 최근에 공부를 하면서 4개월 전 쯤 반도체 주식이 사고 싶어 다시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했고, 반도체 주식만 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텔레칩스, DB하이텍, LG디스플레이)
올 초 반도체 팹리스 회사를 고객사로 유치하며, 관련 산업에 대해 공부를 해야 했고, 공부를 하다보니 이 분야가 너무 재밌어서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보통 2-3일에 한 권 다 읽고 또 새로 책을 찾아서 사고 하다 보니 2달 동안 반도체 관련 책만 20권 정도 읽었습니다.

반도체 관련 지식 – 책 2, 3권은 꼭 읽어야 하는 이유
저는 경제와 세계 지정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도체에 관련된 책 2, 3권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크고(반도체 산업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의 20% 이상) 앞으로도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고
- 세계 주요 대국(미국, 중국, 한국, 일본, 대만, 영국, 네덜란드 등) 이 반도체를 둘러싸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2023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정부가 못해서가 아니라 한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때문입니다. 고금리에 전자제품, 자동차에 대한 소비가 급락한데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관련 수출 제한 조치 때문에 연간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죽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큰다면, 반도체 시장도 커진다
배터리 아저씨는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기 때문에 2차전지 시장이 커지고 한국의 기업들이 잘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며 반도체는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반도체 시장도 엄청나게 커집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300개 수준이고, 전기차에는 1천 개 이상의 반도체가 사용됩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시대가 본격화 되면 자동차 한 대에 3천개 이상의 반도체가 쓰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출처: 자율주행차와 반도체의 미래 by 권영화)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가 현재 대비 10배 증가하는데 전기차 시장은 오면서 반도체 시장은 끝났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단순 전력반도체라면, 향후 자율주행시대에는 AI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컨트롤할 첨단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장애물, 다른 차량, 걸어가는 행인 등 이미지를 인식하고 처리해야 하며, 그 프로세스가 조금만 지체되어도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첨단 메모리 기술이 중요합니다.
자율주행차 뿐만 아니라 인공위성, 드론 등 최첨단무기를 포함한 방산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할 역할 역시 앞으로는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미사일이 목표물을 정밀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반도체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반도체는 재벌기업의 수익 사업 정도가 아니라 국가 안보 산업입니다. 괜히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목을 조이는 것이 아닙니다.
AI 덕분에 반도체 시장은 엄청나게 커진다
AI를 가능하게 하는 연산 장치인 GPU와 CPU는 시스템 반도체로 한국보다 미국 기업이 우세한 시장이지만 GPU와 CPU도 메모리 반도체 없으면 작동할 수 없습니다. 엔비디아의 GPU가 챗GPT 등 ai 반도체에 필수 장치인데 이는 한국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 HBM이 없으면 작동이 안됩니다.
고성능 컴퓨팅, AI 연산에 매우 중요한 것이 HBM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지금까지 대만 TSMC에 비해 제조 (파운드리)에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삼성전자가 ai 관련 고객사들을 미국에서 공격적으로 늘려가는 추세이니 지금 타이밍이면 투자를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점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이 더 키워야 할 반도체 장비와 소재 산업
아무리 반도체 기술이 뛰어나도 핵심 장비 없는 반도체 생산은 언젠가는 뒤처지게 됩니다. 소재, 부품, 장비로 소부장이라고 일컫는 이 분야가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가 국가 안보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한국 대법원이 한일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리자 일본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EUV노광기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삼성전자, TSMC, 인텔 같은 기업들이 수개월을 대기해서 장비를 사갑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최첨단 반도체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ASML의 최신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팹리스로 설계 기술을 개발해도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생산이 안됩니다. 그래서 한미반도체 같은 반도체 장비 기업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나아가서 국가 경쟁력에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023년 3분기 실적이 HBM 및 고급 DRAM 칩의 실적 개선으로 2분기 대비 반등을 보이면서, ai 시장의 성장과 함께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아저씨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신중한 발언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제 주변에도 배터리 아저씨 말 듣고 2차 전지 주식에 잔뜩 투자한 사람들이 많은데 꼭 반도체 관련한 책을 몇 권 읽고, 다양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반도체 관련 책도 한국 전문가가 쓴 책을 읽고, 미국인, 중국인, 대만인, 일본인이 쓴 책까지 다양하게 보면서 그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