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사태로 당분간 투자시장은 또 흐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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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파두 사태 알아보기

파두 사태라고까지 표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요즘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PE, VC 투자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안그래도 투자 냉각기라 먹고 살기 힘든데 더 힘들어지겠네요.

파두 사태는 IPO, PE, VC 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파두(Fadu) 회사 개요

로고처럼 날벼락 맞음

최근 증시에서 말 많은 파두(Fadu)는 반도체 팹리스(Fabless)회사입니다. Fab-less는 말 그대로 반도체 제조 시설인 Fab이 없는 회사로 제조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실제 제조는 파운드리(Foundry)라고 일컫는 제조 업체에 위탁 합니다. 파두는 특히 SSD 컨트롤러와 관련된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회사로, SK하이닉스를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납품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 받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2023년 8월 증시에 상장 되었습니다. 공모 금액 1,937억원, 공모가액은 약 1.5조원.

주가는 지난 9월 12일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 최근 3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 발표 후 급락하여 11월 14일, 16,250원까지 떨어졌었네요. 11월 17일 기준 시총은 8,750억원으로 공모가액 대비 41% 하락.

파두 사태 논란의 사안

파두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갭

증시 상장 전, 파두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3년도 추정 매출액으로 1,202억원을 제출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증권신고서는 IPO 전에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문서로 회사의 재무실적, 추정 실적, 회사의 사업 모델, 향후 전략 등이 포함되어 있어, 투자자에게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서입니다.

상장 전에 제출하는 증권신고서는 결혼 전에 결혼 할 상대방에게 “나는 재산이 얼마 정도 있고, 모아둔 현금은 얼마야, 내 연봉은 이 정도고, 나는 XX 대학을 나왔어. 앞으로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살고 싶고, 애는 둘을 낳고 싶어 등등” 결혼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후에 상대방은 결혼해야겠다,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서는 것처럼,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투자여부를 결정합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좋은 점을 최대한 어필해서 나가게 되죠. 업사이드를 강조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파두 사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갭이 너무 큰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파두 증권신고서 상 2023년 추정 매출액: 약 1,202억원
  • 2023년 3분기까지 실제 매출액: 약 180억원

사실 투자유치를 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항상 긍정적인 시나리오 기준의 추정치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VC든 PE든 투자하기 전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추정 실적치는 조금 부풀려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해서 검토를 합니다.

다만 추정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가 1,200억원 vs. 180-200억원은 차이가 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죠. (4분기 매출이 얼마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파두는 2분기 매출로 5,900만원을 신고하면서 문제가 되었는데,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에는 이미 2분기 실적에 대한 부분이 거의 집계가 되었을 것임에도 이 부분을 무시한 채 높은 매출 추정치를 제출한 것이 더더욱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023년 2분기 매출 5,900만원에 이어 3분기 매출은 3.2억원을 신고했습니다. 거기다가 2, 3분기 영업손실 수준은 무려 300억원…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80억원 수준 + 영업적자 3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시총 1조가 넘었었으니까요.

파두 주요 주주 포레스트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또 다른 이슈는, 상장 전 지분율 11.5%를 보유한 2대주주인 VC/PE사 포레스트파트너스의 장내 주식 매도입니다. 포레스트파트너스는 2016년, 초기투자 이후 모든 투자 단계마다 follow-on 투자(후속투자)를 통해 총 728억원을 투자하였는데, 파두가 상장된 2023년 8월 장내 매도를 통해 652억원을 회수하였고, 3분기 실적 발표가 있기 직전인 11월 초, 며칠에 걸쳐 458억원을 회수했습니다.

총 1,110억원을 회수하면서 투자금 728억원에 382억원의 수익이 이미 났고, 보호예수(락업: Lock-up)가 걸려 있어 아직 보유 중인 4.06%의 지분을 현재 시총 8,755억원에 적용하면 아직 355억원의 지분가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호 예수: 주가 안정을 위해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투자자 또는 내부자의 주식 매도가 금지되는 규정

  • 총 투자금액: 728억원
  • 총 회수 완료 금액: 1,110억원
  • 보유 지분 가치: 355억원

포레스트는 보호예수가 걸린 나머지 4%의 주식에 대해서는 락업 기간이 끝난 후 아마도 파두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어느정도 회복된 시점에 매도하여 추가로 차익실현할 것입니다.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장내 매도는 투자사로서는 당연한 의사결정이고, 지분 매도를 통한 차익실현이 투자자로서는 LP에게 해야하는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에 포레스트의 잘잘못에 대해 따지고 들기는 어려운 문제이고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하겠습니다.

다만, 3분기 실적 발표 직전에 매도한 부분에 대해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이미지는 포레스트파트너스와 상관이 없습니다

소부장 & 딥테크 기업으로 몰리던 돈, 어떻게 될까?

딥테크에 몰리는 투자금, 투자 양극화 현상

투자 자문사업을 하면서 요즘 몸소 느끼는 트렌드는 투자의 양극화입니다. 될 것 같은 기업에 돈이 다 몰리고, 예전 시장이라면 충분히 투자 받았을 만한 유망한 회사들도 섹터가 매력적이지 않거나 적자가 심하면 투자 받기가 너무 힘든 것이죠.

소부장으로 표현되는 소재, 부품, 장비 기업과 AI 등 딥테크 기업은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 붙었을 때도 투자유치에 있어 비교적 쉽게 해왔습니다. AI 회사, 반도체 회사 등등.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위주라 시스템 반도체, 전력 반도체 관련 팹리스 회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에서 펀드 출자도 적극적으로 함과 동시에 상장 절차나 심사도 쉽게 하라고 독려 했었습니다.

20개 가까운 제 고객사 중에서도 가장 쉽게 투자를 받은 기업이 전력 반도체 팹리스 회사로 투자유치금액이 40억원이었는데 너무 쉽게 50억을 (초과)조달했습니다.

반도체나 딥테크 기업은 정부에서 밀어주는 사업이기 때문에 펀드 결성도 쉽고 상장도 잘해준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꼽혔습니다. 컬리, 오늘회, 발란 같은 이커머스 기업에 투자했다 큰 피를 본 투자자들이 이제 커머스나 플랫폼은 극혐하고 반도체와 딥테크로 뭉칫돈을 넣고 있었는데 이번 파두 사태로 그런 기조에도 영향이 꽤 갈 것 같습니다.

파두 사태로 인해 상장은 더 험난해 질 것

이번 파두 사태는 주식 투자자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아니라, 연쇄적으로 PE, VC 시장까지 큰 영향을 끼칠 이슈입니다. 지금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하고 금감원이 이번 사태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다, 상장 심사도 더 빡빡해질 전망입니다.

당장 제가 비상근으로 벤처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 대표님도 “앞으로 상장 더 빡세지니, 투자할 때 숫자 잘 보고 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상장을 통해 EXIT하고자 하는 PE와 VC의 투자도 더 위축되고 깐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투자시장이 안좋아 스타트업은 돈 줄이 말라가는데 (지난 몇 년간 호황기 때 투자로 적자 내며 성장해오던 스타트업 책임도 다분한 면이 있지만), 이번 파두 사태로 이 추운 겨울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여 스타트업 투자유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저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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