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주니어들은 투자은행(IB), 회계법인 FAS, 딜팀, 전략 컨설팅 펌 등 셀사이드에서 몇 년간 일한 후, 일반적으로 사모펀드(PE)로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4, 5년차 때부터 사모펀드로 이직을 노리고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면접도 많이 봤습니다. 중소형 PE부터 증권사 PE, 독립계 사모펀드, 중대형 PE, 외국계 사모펀드까지 꽤 많은 곳에 면접을 봤고 “나 KPMG 딜 팀 에이스야, 빨리 데려 가는게 좋을텐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들어갔죠.
딜 본부 보너스 1등, 팀에서 항상 고과 평가를 잘 받아왔던 터에 복잡한 인수자문 하나, 매각자문 하나 연달아 성공시키며 어깨 뽕이 가득 찰 때라 자신감 한가득이었고, 레주메도 잘 준비했으니 큰 준비 없이 인터뷰에 들어갔습니다.
IB 면접에서처럼 테크니컬 한 질문을 많이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인데 그 질문에 답변을 못해서 굴욕적인 In your face 광탈을 연달아 당했습니다.
증권사 PE, 중소형 PE로부터 몇 번의 광탈을 당하고 정신을 차렸고, Q&A 리스트를 쫙 뽑아 관리하고 분석했더니 공통적으로 물어본 질문인데, 제가 대답을 잘 못했던 질문이 딱 나오더라구요. 그것들을 잘 준비한 결과 오히려 중대형 PE, 외국계 PE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철저히 준비한 후 AUM (Asset Under Management: 운용자산) 3조원, 5조원 이상의 외국계 PE 두 곳에도 합격했습니다.
PE로 가고 싶은 많은 주니어 분들은 제 광탈 경험을 토대로 아래 핵심 질문에만 잘 준비하면 저처럼 1년 가까이 손해 볼 일도 없고 in your face 굴욕 맞을 일도 없이 사모펀드로 입성할 수 있을 거에요.
무조건 나오는데 의외로 답변이 어려운 사모펀드 면접 질문
어떤 PE 하우스건 무조건 나오는 질문이 있는데, 이 질문에만 답변 잘하면 합격 확률이 확 올라갑니다.
- 사모펀드로 들어간다면 투자나 인수하고 싶은 회사와 이유는?
- 그 회사 투자함에 있어 리스크와 주의점은?
사모펀드로 온다면 투자나 인수하고 싶은 회사는?
이 질문은 거의 무조건 나오는데 의외로 준비가 안되어서 탈락하는 후보자들이 많습니다. 사모펀드 첫 면접에서 겪은 제 굴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면접이 시작되고 저의 경력 소개, 주요 프로젝트에서 저의 역할과 성과, 왜 사모펀드로 이직하고 싶은지 등등에 대해 순탄하게 면접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대뜸 이 질문이 나온겁니다.
면접관: “우리 회사로 온다면 투자하거나 인수하고 싶은 회사가 어딘가요?”
나: ‘아… 당연한 질문인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상장사를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매출 10억도 안나는 내가 아는 스타트업을 말할 수도 없고… 미치겠네…’
이렇게 정적이 30초 이상 흘렀고 저는 계속 생각을 하면서 식은땀이 나는데 떠오르지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최악의 답변을 해버렸습니다.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주차장이었거든요.
여기서 정신을 차렸다면 참 좋았을텐데, 정신을 못 차리고 준비를 또 안한 상태에서 일주일 후 다른 하우스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자기자본 5,000억원을 굴리는 패밀리오피스였습니다.
*패밀리오피스: 외부 LP 없이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회사라 의사결정이 빠르나 오너의 의사결정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편
상무님 면접 후에 전무님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이 한참 진행되다가 거기서 또 그 질문이 나왔습니다.
전무님: “요즘 투자하고 싶은 회사나 섹터는 어디에요?”
나: ‘흠… 하 또 이 질문 나온거야? 아 잘 모르겠는데…’하고서는 지난 번 답변보다 더 부끄러운 답변을 해버렸습니다. “음… 인수 후에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정적………..
다른 질문에 답변 다 잘했고 술술 풀리고 있었는데 저 질문에 또 한번 막히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고, 당연히 탈락했습니다.
그 이후 ‘이 질문은 무조건 나오는구나’하고 준비를 했고, 며칠 동안 이 주제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친한 동생과 커피를 마시는 중에 그 동생이 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날이 더워 항상 (외출을 할 때도)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두고, 최고급 간식만 사다가 먹이고 하느라 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펫(Pet) 산업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날 이후 본격적으로 리서치를 해봤습니다.
2018년도 당시 리서치로는 한국 펫산업 규모가 1.5조원 규모인데, 5년 안에 3조원이 될 급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 북미 및 유럽 국가들의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 비중 40%를 상회하는데 반해 아직 한국은 19% 수준인 점, 그리고 가면 갈수록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출산율은 떨어지는 점, 소득이 증가하고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면서 한 마리 당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커지는 프리미엄 현상 등,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거기에 더해, 한국은 미국이나 여타 유럽 국가들처럼 대형 펫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할만 한 것이 아직 없어, 동네 동물병원이나 쿠팡, 네이버, GS몰 등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투자하고 싶은 섹터에 ‘펫(Pet) 산업’으로 결론을 내리고 관련하여 출중한 온라인 플레이어가 있으면 투자하겠다고 정했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전부 온라인 펫 전문 몰이 있었고, 그들이 상장을 할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들이었습니다.
미국의 Chewy 같은 회사가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10조원 수준이거든요.
지금 기억나는 투자 thesis가 이 정도인데 당시는 이것에 착안해 리서치한 숫자를 철저히 머리에 넣고 외웠습니다.
몇 달 뒤, 외국계 PE에 면접이 잡혔는데 이미 국내 중대형 PE사 한 군데에서 합격을 받은터라 마음 편히 갔습니다. 남자 외국인 한 분, 여자 한국인 한 분 들어와서 영어로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영어 실력 둘다 중요하기 때문에 동시에 영어와 한국어로 인터뷰를 본 것인데 쭉쭉 면접이 순항하던 차에, 여자 한국인 이사님이 인터뷰를 이어 갔고, 드디어 그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사님: “PE로 들어오면 어떤 회사나 섹터에 투자하고 싶어요?”
나: ‘올 것이 왔다. 미리 준비한 티 너무 내지 말고, 약간 고민하는 척을 좀 해볼까. 5초만 세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나: “음, 저는 펫 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그 쪽으로 투자하고 싶습니다.”
이사님: “펫이요?”
나: “네, 반려동물 시장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지금 한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1.5조원 정도 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5년 내에 시장 규모가 3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거라고 합니다. 연평균 성장율이 20%가 넘는 유망한 산업이라서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온라인 펫 전문 몰을 찾아보겠습니다. 미국만 봐도 Chewy라는 펫 전문 몰이 상장되어 시총이 10조 정도인데, 국내에는 아직 규모 있는 펫 전문 몰이 없습니다. 다들 동네 동물병원이나 쿠팡, 네이버나 GS 같은 곳에서 사고 있습니다.
미국은 Chewy와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이 5:5인데, 국내는 메이저 플레이어가 전혀 없습니다. 매출 100억 미만의 군소 온라인 몰이 난립해있는 상황인데 한국 펫 시장이 점점 더 커지고 성장함에 따라 이 시장에서도 그런 메이저 플레이어가 몇 년 안에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점점 결혼을 안하고 아이도 안가져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1인 가구도 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들과 가구들이 더 많아질테고, 그들이 아이 대신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프리미엄화 되며, 펫 용품 쪽으로는 시장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충성 고객을 보유한 메이저 플레이어가 자사 PB 상품 등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올릴 것이고, 현재 쿠팡이 반려동물 시장에서 연간 3천억 가까운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데 미국처럼 최소한 이를 양분해서 매출 1,500억 정도 가져갈 전문 몰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답변에 정답은 없지만, 사모펀드에서 지원자에게 이 질문을 할 때의 의도는 지원자의 투자에 대한 사고 과정 (thought process), 객관적 수치 기반의 투자 근거, 전달력 등을 다각도로 평가하기 위함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왜 투자하고 싶은지 매크로 시장부터 그 회사의 경쟁력까지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서는 안되는 답변은 지원자만 아는, 면접관은 모를만한 회사를 제시한 후, 그 회사가 기술력이 좋다, 충성고객이 많다. 같은 답변입니다. 기술력이 좋은지 안좋은지 근거도 없고, 충성고객이 많은지 적은지 검증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면접관 입장에서는 더 물어볼 것도 없고 재미도 없죠.
제가 했던 답변은 나쁘지 않은 답이었지만, 100% 만족스러운 답변도 아닙니다.
지금 저라면 오히려 투자해야 하는 근거로 매크로 시장 성장, 회사의 경쟁력은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더해 Exit에 대한 근거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사모펀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xit이기 때문입니다. 투자한 회사가 잘되어도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exit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더 좋은 답변은 “어떤 회사에 투자할 것이고, 이유는 매크로 적인 측면과 회사가 가진 경쟁력 + 이런 방식으로 회사를 밸류업 하고 향후 이런 방식으로 Exit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면 최고의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펫 산업에 대한 답변 이후, 면접도 화기애애하게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최종 면접에서 대표님에게 2시간 가까이 탈탈 털리기 전까지)
최종 면접에서 탈탈 털렸지만, 이 PE로 최종 합격하여 2년 간 근무하며 실제로 펫 관련 회사를 열심히 찾고, 콜드메일 보내고 미팅한 끝에 ‘펫 프렌즈’라는 회사를 찾아 투자심사자료까지 만들어 투심을 진행했지만, 홍콩 오피스에서 veto를 놓는 바람에 투자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투자에 있어서 리스크 및 주의점은?
위에서 펫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답변을 했을 때는, 제가 특정한 회사를 골라서 답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질문이 나오지 않았는데, 2년 후 다른 중대형 외국계 PE 면접 때 펫프렌즈를 찍어서 비슷하게 답변을 했더니 이 질문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딱히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이 국내로 한정되어 있고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아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점, 신세계, 쿠팡, GS 같은 곳에서 펫 시장에 진출하여 큰 돈을 투자하고 있는 점 정도를 리스크로 언급했습니다.
사모펀드 면접에서 꼭 나오는 질문들
Why PE? 사모펀드 이직 사유
친한 동생들을 자극도 주고, 준비도 시킬 겸 “사모펀드 가고 싶은 이유가 뭔데?” 물어보면 주로 이런 이유입니다.
- 자문을 하면, 딜 클로징 이후 Next가 없는데 사모펀드는 투자 후 밸류업을 위한 다양한 인풋을 넣으니 그게 더 재밌고, 기업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서 오는 재미가 있어서
- 성과보수를 받으니, 성공적 exit 후에 일정 캐리 보너스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 정도 이유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PE로 이직하고 싶은 동기가 뭐냐고 면접에서 물으면 “자문만 하고 끝나기 보다는, 투자 후 밸류업 작업을 하고 매각을 하는 작업에서 매력을 느껴서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답변은 아닙니다. ‘그냥 또 똑같은 소리네’라는 생각 밖에 안들고 남들이 하니까 좋아보여서,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잘은 모르겠지만)’라는 생각 밖에 안들죠.
더 좋은 답변은, 나는 회사를 분석적으로 깊이 파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산업에 관심이 많고, 회사가 어떻게 돈 버는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회사든, 자영업자 가게든, 돈 버는 방식, 그리고 효율화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모펀드에서 투자한 후에 그 회사의 오퍼레이션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포트폴리오사와 같이 호흡하는 방식이 나와 fit이 더 잘 맞는다와 같이 나의 성향이 PE와 잘 어울린다는 식의 답변입니다.
그 외 꼭 나오는 질문들 II
- 사모펀드의 일반적인 딜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보라
- 최근 국내 사모펀드 딜 중에 인상 깊게 본 것이 있으면 설명해보라
- 우리회사에서 했던 투자 중에 아는 것 있으면 얘기해보라. 그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잘했다고 생각하나 못했다고 생각하나 이유는?
사모펀드 면접에서 꼭 나오는 핵심 질문, 독창적으로 잘 준비하셔서 좋은 성과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