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빙을 사모펀드에서 1,300억에 인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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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빙수 브랜드 설빙, 1,300억에 매각되다

대한민국 1등 빙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설빙이 1,300억원에 사모펀드 UCK파트너에 매각되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특히 설빙 아주 초창기부터 넘 좋아했던 저로서는 더 놀랐습니다.

매각 규모는 1,300억원으로 발표되었지만, 지분 80%에 대한 인수가로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1,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인수한 UCK파트너스는 사실 ‘유니슨캐피탈’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사모펀드이구요, 일본계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지분 정리를 거의 끝내고 독립계로 전환하며 사명도 유니슨에서 UCK로 변경했습니다.

설빙 성장 & 재무적 성과

설빙의 성장 스토리

설빙은 2013년, 정선희 창업자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정선희 대표는 식품영양학과 전공자로 일본 유학 중에 ‘인절미 빙수’ 아이디어를 얻었고, 2010년, 부산 남포동에 오픈한 ‘시루’라는 이름의 퓨전 떡카페에서 인절미 빙수는 하나의 메뉴로 시작을 했습니다. 이 인절미 빙수가 히트를 치자, 아예 ‘시루’를 떼고 ‘설빙’으로 본격적으 빙수 매장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내 입소문을 타고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한 2013년에 이미 설빙은 부산에서 줄을 서고 난리 날 정도의 맛집이 되어 있었죠.

설빙 창업자, 정선희 대표

당연히 가맹문의가 줄을 이었고, 2013년 말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하여 가맹점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해운대, 광안리 등을 거쳐 서울 등 전국각지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저도 2013년 말, 부산 해운대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지금도 빙수 중에 설빙을, 오리지널 인절미 빙수를 제일 좋아해요.

가맹점 증가

2013년 말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 설빙은 바로 다음 해인 2014년, 무려 448개의 (한달 평균 40개 ㄷㄷ) 가맹점을 오픈하면서 급성장합니다. 이후 가맹점 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었는지 기존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신규 개설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2014년 기준 가맹점 증가 전국 1등 브랜드였네요.

2014년 한해 증가 매장 수

그리고 2022년 기준, 가맹점은 전국적으로 약 530개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매장 당 평균 연매출이 5억원으로 수준으로 추산되고, 서울 지역 연평균 매출은 6.7억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1억원 이상, 겨울 비수기에는 매출이 2-3천만원 수준이라고 하네요.

매출 및 이익 성장 추이

매출도 급증하여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6.5%씩 상승하며 2022년도 연매출 255억을 기록하였는데, 더 놀라운건 영업이익입니다. 2022년 영업이익율이 무려 38.8%네요. ‘역전할머니맥주’를 매각한 ‘역전에프앤씨’ 역시 에프앤비 중에서도 높은 영업이익율 30%를 기록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 설빙은 38.8%입니다.

사진 출처: 동아일보 기사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829/120926899/1)

설빙 손익계산서

2022년 설빙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원가가 38%로 식음료사업 또는 프랜차이즈 사업자로 넓혀서 비교해봐도 매우 낮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50% 수준의 원가율이네요.

참고로 치킨 값 비싸다고 매일 욕먹는 교촌이 76%대, 비비큐가 62%대 매출원가율인데, 설빙은 38%라니 경이롭네요. (출처: 다트전자공시)

하긴, 빙수에 들어가는 우유 얼린 얼음, 연유 조금, 시루떡과 가루 정도이니 원가율이 낮고 이익이 높을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빙수는 치킨처럼 닭 가격 급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이슈도 훨씬 적고, 조류독감 같은 이벤트에서도 안전하니 사모펀드가 좋아할 매물일 수 밖에 없어 보여요.

대표 메뉴 인절미 빙수

특히, 2022년 한해만 영업이익이 반짝 좋았던 것도 아니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영업이익율이 31.6%이니 정말 알짜로 영업을 잘해왔다고 보여집니다.

이 이미지는 대체 속성이 비어있습니다. 그 파일 이름은 image-21-798x1024.png입니다
설빙 재무상태표 상 자산

그렇게 남긴 이익으로 쌓인 현금성자산도 430억원 수준이니, 그동안 투자를 받을 필요도 없어 투자 한번 안받고 이렇게 성장한 것이 더 대단합니다. 지분 희석도 없어서 1,300억원은 고스란히 창업자와 지분을 보유한 가족들이… ㅎㄷㄷ

설빙 재무상태표 상 부채

응~ 대출 필요 없어~. 은행들은 돈 싸들고 돈 빌려준다고 했을텐데 차입금도 제로입니다. 매년 현금이 50~100억씩 쌓이는데다 반도체처럼 기계설비 등에 대규모 투자할 필요도 없고, AI 회사처럼 박사급 고연봉 인재 채용에 돈 투자할 필요도 없으니까 대출이나 투자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UCK파트너스 사모펀드의 인수 배경

F&B 산업 관련 높은 전문성과 성공적 엑시트

UCK파트너스는 ‘공차’에 성공적으로 투자하고 엑시트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지금도 UCK의 대표 포트폴리오라고 하면 ‘공차’를 꼽을 만큼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하버드 MBA에서도 PE의 투자 후 엑시트 성공사례로 가르친다고 할 정도니까요.

UCKUCK는 2014년, 350억원에 공차의 지분 70%를 창업자인 김여진 대표로부터 인수한 후 유상증자 및 구주 인수까지 지분 매입에 총 710억원을 투입하였는데, 2019년에 미국계 PE인 TA Associates에 지분 70%를 매각하여 무려 2,800억원을 챙겼다고 합니다. (기사 추산).

UCK가 공차 인수 후 점포수는 2014년 129개에서 2019년 1,201개로 급증했고, 매출액도 280억에서 2,200억으로 급성장 했습니다. 영업이익율이 500억 이상으로 영업이익율도 23% 수준으로 올리며 기업가치를 증대했네요.

사진출처: 뉴스웨이 (https://www.newsway.co.kr/news/view?ud=2020050616085126273)

UCK는 인수 후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적용해서 기업가치를 상승시켰습니다.

  1. 경영진 교체 및 전략적 재편: 김수민 대표는 인수 후 CJ푸드빌의 전 대표인 김의열 씨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대기업 출신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여 회사의 체질을 개선
  2. 매장 및 서비스 규격화와 내실 다지기: 매장 및 서비스 규격화, 신제품 개발,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브랜드 내실 다지기
  3. 글로벌 시장 진출: 2015년 일본에 첫 번째 점포를 개설하고, 이듬해 대만 공차 본사의 지분 70%를 인수하여 글로벌 경영 체제를 구축. 이를 통해 한국, 일본, 대만의 3개 법인을 통합하고, 17개국에 매장을 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
공차의 새 주인이 된 미국계 PE

미국 PE인 TA Associates는 공차의 기업가치를 거의 4,000억원을 보고 들어간 것인데 과연 얼마나 더 키워서 엑시트할 수 있을지… 저는 좀 우려스럽네요. 기업가치를 4천억에서 더 키워서 엑시트해야할텐데, 이미 많이 키워진 상태에서 어떤 전략을 더해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UCK, 엑시트, 성공적 (사진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0231744)

UCK는 설빙으로 또 한번 대박을 칠까?

설빙은 이미 영업이익율이 38% 수준으로 높아, 이익율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UCK가 공차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냈던 해외 진출을 통해 매출 볼륨 자체를 훨씬 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공차 인수 후 2016년 처음 일본에 진출하여 2019년까지 55개의 점포를 내며 해외에서 성장함과 국내에서 효율을 잡았듯, 비슷한 전략을 펼쳐 매출 볼륨 극대화 + 영업이익율 소폭 개선을 노릴 것입니다.

설빙이 2016년에 처음 일본으로 진출하여 매장 6개를 열었는데, 재미를 못 보고 모두 폐점 한바 있고, 중국에서는 짝퉁 브랜드와 상표권 분쟁에서 패해 (중국 법원이 중국 기업 손을 들어줘버림) 배상금만 물어내고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2022년 일본에 재진출하여 매장을 조금씩 내고 있는 상태입니다. UCK는 지난 공차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 전반적으로 설빙 매장을 늘려 매출 볼륨을 키울 전략에 확신이 있어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해외 시장, 특히 동남아 및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가지 근거를 꼽자면,

  1. 한류 열풍 영향: 한국 문화 콘텐츠 인기 상승 →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 아시아 전역 증가. K-pop, 한국 드라마 열풍과 연결,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한국 디저트 빙수에 대한 수요 증가 가능
  2. 기후 조건 적합성: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더운 날씨 → 시원한 디저트 수요 창출. 빙수, 이런 기후 조건에 아주 적합, 높은 인기 예상
  3. 현지화 전략과 경제적 요인: 아시아 각국 독특한 식문화 맞춘 현지화 전략 + 경제 발전, 중산층 성장 → 소비자 구매력 증가, 고급 디저트 제품 수요 증가 가능
  4. 재료 접근성과 시장 진입 용이성: 인기 빙수 메뉴 구성 요소 (우유로 만든 얼음, 떡, 열대 과일, 아몬드, 연유) →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음. 재료 접근성, 시장 진입 용이,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유리

설빙의 맛, 빙수의 대중성, 낮은 원가율, 그리고 UCK의 해외 진출 효율화 전략 등이 버무려져 아마 또 다른 재미난 성공 사례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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