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꽃, 사모펀드
사실 편견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저의 뷰를 감안하고라도 저는 사모펀드를 금융권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장사 주식투자, 리서치 애널리스트, 주식 세일즈맨, M&A 자문을 하는 뱅킹 등 금융권 전체를 통틀어서 다시 커리어 루트를 짜보라고 하면 최대한 바이아웃 전문 사모펀드(PE) 투자자로 갈 것 같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상장사 주식 투자로는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 반해 PE 투자자는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영권을 인수하여 투자 + 경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주식 투자에 비해 더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만큼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달성하고 받는 보람과 성과 보수는 단순 시세차익으로 얻는 기쁨의 몇배라고 생각하니까요.

사모펀드 입사 이후 할 수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많음
다른 한가지 이유는 숫자, 깊이 있는 분석, 전략, 경영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보니 PE에서 나가더라도 할 수 있는 옵션이 많습니다. 숫자와 전략에 통달한(꼭 통달하지 않고 어느정도만 해도) PE 투자자는 직접 사업을 함에 있어서도 유리한 부분이 많고,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CFO(재무책임자)나 CSO(전략책임자)로 가기에도 손색이 없으며 VC 투자도 가능합니다. 반면 상장사 주식투자만 하던 사람이 CFO가 되거나 PE 투자자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경영 개입을 통한 적극적 기업가치 상승 작업을 한다는 점, 그에 따른 보람과 성과보수가 매력적인 점, 그리고 커리어의 옵션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재밌고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많은 금융권 꿈나무에게도 사모펀드로 갈 것을 많이 추천하는 편이구요.
그 때마다 자주 받는 질문이 있는데, “저 이공계인데 사모펀드로 입사 가능할까요?” “회계나 금융 잘 모르는데 가능할까요? 컨설턴트인데 가능할까요?” 제 대답은요, “가능. 그리고 어리면 모든 것이 가능”
사모펀드 입사에 이상적인 커리어를 다시 짜본다면
제가 다시 19살로 돌아가 사모펀드 입사를 위한 커리어를 대놓고 기획한다고 하면 저는 금융을 전공하지 않고 되려 전자공학이나 기계공학 등 이공계로 들어가서 학점을 잘 받으면서 AICPA나 CFA 같은 (KICPA 보다는 난이도 낮음) 금융회계 자격증을 딸 것입니다.

그리고 인턴은 반도체 회사, 산업 회사 등에서 하면서 관련 노출을 좀 한 후 회계법인 FAS에 들어가서 M&A 자문을 할 것 같아요. FAS 내에서도 밸류에이션팀에서 2년, 그리고 M&A 딜 자문본부에서 2년 총 4년 정도 경력을 쌓고, 전략컨설팅펌 (MBB면 최고, 아니라면 커니, 딜로이트, EY 등)에 직급을 좀 낮추더라도 주니어로 입사해서 2-3년 전략컨설팅 경험을 쌓고 중견기업 전문 바이아웃 PE로 갈 것 같습니다.

전략컨설팅 출신이라면 소수 지분 위주로 투자하는 VC나그로스캡 펀드보다 바이아웃 펀드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바이아웃 펀드가 되어야 경영과 전략에 깊숙히 관여해서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본인의 역량을 사용할 수 있죠.
그게 아니라면 그로스캡이나 메자닌 펀드에서는 증권사, 회계법인, 뱅킹 출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가져가기 어렵고, VC에서는 특정 산업 전문가나 창업 경험이 있는 다른 사람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합니다.
이공계 출신도 충분히 매력있는 지원자가 될 수 있다
은근히 PE와 VC 업계에서는 금융, 회계 전공자보다도 이공계 출신이 가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학과나 금융, 회계 전공자 출신은 소위 널렸습니다. 그래서 이공계 출신이 회계 재무에 대한 지식만 좀 갖추면 훨씬 엣지가 있습니다.
근데 이공계 전공자가 학부 생활 중에 금융회계 자격증을 따는 이상적인 케이스는 거의 드물다고 보고, 관련 자격증이 없다면 이공계 출신에 전략컨설팅 펌에서의 3-5년 경력이면 충분히 매력적인 PE 지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PE는 어떤 회사를 인수하여 밸류업을 해야 하는데 비즈니스 모델을 인지하고 배우는데 있어 이공계 전공자들이 문과생에 비해 유리한 면이 많거든요.
PE로 가서 재무모델링을 디테일하게 하며 시나리오도 돌리고 하는 것까지 하려면 회계법인 FAS를 거치는 것이 필수겠지만, 어차피 PE에는 또 IB 출신 뱅커나 회계법인 출신 회계사들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양보하고 본인의 엣지를 이공계 + 전략&오퍼레이션으로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어펄마캐피탈 김태엽 대표님(BCG)이나 UCK파트너스 김수민 대표님(베인앤컴퍼니) 둘 다 전략컨설턴트 출신이거든요. 그 분들은 바이아웃 후 밸류업을 하는데 있어서 전략컨설팅 백그라운드가 회계사나 뱅커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 하우스의 수장의 커리어를 잘 살펴보면 본인이 지원할 만한 PE의 사이즈가 나옵니다.


제가 회계사라면 회계사가 수장으로 있는 PE를 노려볼 것이고, 내가 컨설턴트라면 컨설팅 출신의 대표가 있는 PE를 노려볼 것 같네요. 그런 부분도 중요한 입사 전략 중 하나입니다.
글을 정리하며, 사모펀드 입사에 있어서 전공의 유불리는 크게 없습니다. 이공계라고 불안해 할 필요도 없구요. 오히려 이공계 출신이 이후 어떤 커리어패스를 밟아 가느냐에 따라 경영학, 금융, 회계 전공자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는 점 말씀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