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을 토대로 비트코인 관련 포스팅을 시리즈로 기재하려고 합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비트코인은 양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말은 영어 표현이 더 직관적인데, ‘Bad money drives out good’으로 경제학에서 유명한 ‘그레셤의 법칙’입니다. 나쁜 돈이 시장에서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것인데 나쁜 돈은 뭐고 좋은 돈은 무엇일까요?
비트코인은 좋은 돈이고, 달러, 원화, 엔화 같은 종이 화폐는 나쁜 돈이죠.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화폐는 나쁜 걸 넘어 최악의 돈이겠네요)
16세기 영국의 토마스 그레셤이 주장한 이 원칙의 기원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로마 시대에는 금화와 은화가 주요한 화폐였습니다.

그런데 로마 정부에서 금화와 은화에 구리 같은 불순물을 집어 넣음으로써 실제 들어가는 금과 은의 양을 줄이는 한편, 화폐의 양은 늘리는 방식을 통해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군인에게 월급을 준다던지, 수도 및 교량 건설 같은 공공사업에 인부를 동원할 때 은화를 지불한다고 합시다. 순수 은화 10냥 대신, 은의 양을 줄이고 동을 섞음으로써 은화 12냥을 찍어 화폐의 양을 늘리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인류 역사 내내 함께 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중세 시대에도, 대항해시대와 근현대 시대까지.

“17세기 초반 독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전쟁준비 자금이 부족해지자 통치 계급인 제후들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은 함량이 높은 동전을 녹여서 은 함량이 적은 동전을 새로 주조하기 시작했다.”
– 책 인플레이션 중에서 (저자: 하노 벡)
그렇게 불순물이 섞인 금화와 은화가 시중에 유통이 되기 시작하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뭔가 가벼운 금화와 은화에 대한 불신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짜 순도 100%의 금화와 은화는 집에 숨겨둔 채, 불순물이 섞인 금화와 은화만 지불에 사용하게 되고 그 결과 시중에는 악화(Bad money)만 남고 양화(Good money)는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이지요.

통화량 늘리기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
역사적으로 각 나라의 정부들은 항상 이렇게 나쁜 돈을 찍어내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채권을 발행하여 잔뜩 빚진 정부가 그 빚의 부담을 줄이는 최고의 도피처가 통화량 찍어내어 갚기니까요.
문제는 종이지폐 시대로 오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된 점입니다. 이제는 불순물을 섞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찍어만 내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인플레이션이라는 통화 가치 하락이 일반 국민의 재산을 강탈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기 때마다 각국 정부는 화폐량을 엄청나게 늘림으로써 위기를 넘어가고 그 피해는 자산이 없는 서민들이 가장 크게 보고 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통화량 증가는 그 이후 10년간 물가와 함께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가격은 밀어올리고 화폐의 가치는 계속 하락시켰습니다.
엎친데 덮친격, 2020년 코로나로 전세계가 돈을 풀어대면서 주식, 부동산, 미술품, 와인 등 안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돈을 풀어댄 탓에 지금도 그 물가상승률로 인해 전세계가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최저임금까지 30% 이상 급격히 올려댔고, 그건 노동의 대가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그저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 것에 불과합니다. 편의점 알바 한 시간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일 뿐이라, 최저임금 상승에 환호했던 노동자는 임금 상승만큼 오른 물가를 보고 한탄해야 했습니다.

“시장에 넘쳐나는 동전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쏟아진 동전만큼 눈물을 흘릴 줄도 모른 채”
– 책 인플레이션 중에서 (저자: 하노 벡)
물가상승은 그 본질이 화폐 가치의 하락입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정부는 재정적 압박에서 단기적으로 해방될 수 있으니 그 유혹을 참기 힘들고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처럼 포퓰리스트가 인기 영합 정책을 10년, 20년 펴다보면 결국 나라가 화폐에 대한 신용을 상실하여 가치가 제로에 수렴하게 됩니다.
“화폐 공급량 증가는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전부를 부유하게 해줄지 몰라도, 사회를 유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통화 팽창은 단지 가격만 높일 뿐이다.”
– 금융의 지배 by 니얼 퍼거슨
화폐의 정의: 화폐는 곧 신뢰다
당장 비트코인에 대한 악플들을 보면 다 이런 겁니다. “실체도 없는 게 무슨 돈이냐 빼액~!”, “차라리 내 똥이 돈이다”
비트코인이 돈일까요? 돈의 정의부터 바로 해보겠습니다. 하버드대 교수, 니얼 퍼거슨이 쓴 책 ‘금융의 지배’에는 화폐의 정의를 이렇게 내립니다. (비트코인이 나오기도 전에 쓴 책)
“화폐란 믿음의 문제, 나아가 신념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지불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필요했다. 그리고 통화 발행 주체, 수표나 양도증서를 인수하는 기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했다. 화폐는 금속이 아니다. 화폐는 신뢰를 새겨놓은 대상이다. 어디다 새겨 놓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은이나 점토판, 종이, 액정, 그 어디든 상관없다. 그리고 이제 전자 시대에 들어서자 무형물도 화폐로 기능하게 되었다.”
– ‘금융의 지배’ by 니얼 퍼거슨
화폐는 사회적 합의이자 신뢰입니다. 우리가 달러를 주고 받고, 원화라는 종이 화폐를 주고 받는 것은 그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하였고 신뢰를 부여했기 때문이지, 신뢰를 잃는 순간 그냥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수당으로 자국 통화를 받자마자 달러로 바꿉니다. 자국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없기 때문이죠. 그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비트코인은 좋든 싫든 15년째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전세계 국민들에게 ‘가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지 실체가 있다, 없다, 사기다 아니다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이 가치가 있는 것은 전세계 사람들이 대체로 그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인 것처럼 비트코인에 사회적 합의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그게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2023년 10월 기준, 전세계 비트코인을 소유한 사람은 약 2억 2천만명이라고 하네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980조원.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약 480조이니 그 두 배가 넘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화폐의 전제조건은 신뢰입니다. 전세계의 2억 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신뢰를 부여하고 있고, 이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비트코인은 화폐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맞고 이 수는 더 증가할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어떤 정부에서 보증해주지 않는데?
그래서 양화입니다. 어느 정부도 컨트롤하지 않는 화폐이기 때문에, 화폐를 주조하고 발행하는 중앙 정부가 발권력을 남발하여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그 오랜 역사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제가 네이버 블로그에 2018년도에 올렸던 포스팅에 사용했던 스크린 샷입니다.




2018년 대비 비트코인의 가치는 4배 이상 상승하였고, 아르헨티나 페소는? 달러 대비 -90% 하락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달러의 가치도 매년 하락하고 있는데 말이죠.

관련하여 읽어보면 좋은 책들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아닌지, 양화인지 악화인지 등에 대한 관점을 기르는데 있어서 필독서 추천드립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비트코인 책보다 오히려 기존 금융 시스템과 인플레이션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두 책이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비트코인 vs. 기타 다른 암호화폐 간의 차이에 대해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