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킹(IB) vs. 사모펀드(PE) 차이 – 중개자와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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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뱅킹(IB)과 사모펀드(PE)는 같은 금융권 범주라는 점, 금융권 내에서도 연봉이 높고, 들어가기 어렵고, 간지가 나기 때문에 특히 선호되는 직무, 업무강도가 높다라는 공통점 외에는 사실 차이점이 더 많습니다.

뱅킹

뱅킹(IB) vs. 사모펀드(PE) 비즈니스 모델 차이

먼저 IB와 PE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를 알면 직무와 요구되는 역량 등 많은 면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IB: Investment Banking

IB는 기업의 인수합병 (M&A) 등의 거래에 있어 중개자로 활동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개 수수료를 먹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투자은행(IB)프론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뱅커(banker)’라고 하는데, 제가 근무하던 PE의 한국 대표님은 (본인도 뱅커 출신이면서) 간혹 저를 혼낼 때 ‘브로커’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하대하기도 했습니다. “너는 임마! 생각하는 게 아직 브로커 수준에서 머물러 있어!”

M&A나 IPO 등 딜이 성사되었을 때 성공보수를 가져가는 것이 뱅킹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니,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서는 많은 딜을 성사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많은 딜을 볼 수 밖에 없고, 시장에 큰 딜이 나오면 IB들이 다 달려들어 딜을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부터 피 튀기는 경쟁이 시작됩니다.

M&A 딜을 하다보면 거의 무조건 발생하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거래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 계약 조건 협상, 실사 과정에서의 잡음 등 갖가지 암초가 발생하는데, 그 과정을 잘 처리하고 넘겨 딜이 성사될 수 있도록 고객사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뱅커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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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메릴린치, UBS 등 IB의 수는 적고 소수정예로 운영되다 보니 입사까지 매우 어렵고 아무나에게 주어지지 않는 자리입니다. 특히 한국 내 현직 외국계 뱅커 숫자는 100명이 채 안됩니다. 그런 만큼 자부심과 특권 의식도 있고 (it’s not for everyone!) 악명높은 업무강도에 맞게 연봉도 매우 높아 30대 초반, 빠르면 서른 살에도 2억 넘는 연봉을 가져갑니다.

PE: Private Equity

사모펀드(PE)는 투자자입니다. LP(쩐주)로부터 자금을 위탁 받아 운용하고,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후 그 가치를 높여 되팔아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투자 및 회수 방식입니다. 운용 펀드에서 발생하는 운용보수(펀드 조성액의 1-2%)와 펀드의 성과에서 발생하는 성과보수를 수취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인데, 당연히 성과보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투자 성과를 잘 내는 게 최우선이고, 투자 성과가 잘 나오면 다음 펀드를 조성할 때 출자해주겠다고 하는 LP도 늘어나 펀드 규모도 커집니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운용보수도 커지구요.

사모펀드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알 수 있듯이,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조성한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수익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수익이 커지기 위해서는 PE의 본질인 “투자를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구요.

나는 뱅킹을 하고 싶은가, PE 투자를 하고 싶은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뱅킹과 PE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직무를 선택하기 전에 나는 뱅커가 되고 싶은지, PE 투자자가 되고 싶은지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뱅커 체질인가 투자자 체질인가를 내 성격과 적성, 스킬셋 등을 고려하여 진단해봐야 합니다.

IB와 PE 사이에서 더 우월한 직업은 없지만, 다수의 사람에게는 재미와 업무강도, 보상 측면에서 PE가 더 선호 되는 것은 맞습니다. 제 주변에 IB에서 PE로 간 사람도 많이 봤고,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이 봤지만, PE에서 IB로 가고 싶어하거나 간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요.

PE도 업무강도는 빡세지만, 그래도 고객의 말도 안되는 요구대로 타임라인을 맞춰야 하는 식의 업무 강도는 좀 아니고 자기 스케줄을 어느정도 관리해가며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은 되니까요.

ai로 뽑다보니 좀 억지스럽네

그렇다고 IB에서 PE로 가는 것이 모두에게 더 좋은 길인 것도, 정답인 것도 절대 아닙니다. IB 업무를 엄청나게 잘하는 제 주변 몇몇 형들 중에는 뱅커를 천직으로 여기며, 그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는 멋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재무,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게 높고, 스마트하며,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와 화려한 언변까지 갖추고 있어 30대 후반부터 업계에 이름을 날린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진작에 PE로 이직하고자 노력했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스펙과 실력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나는 뱅킹이 천직이야”라고 생각하며 뱅킹에서 초고속 승진을 합니다.

이처럼 IB와 PE는 업무 방식과 요구되는 자질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더 행복하고, 나와 더 잘 맞을까를 중심으로 답을 찾아야합니다.

뱅킹(IB)과 PE에서 요구되는 자질의 차이

IB에서 요구되는 업무 방식 및 자질

뱅커는 다수의 딜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딜 클로징을 위해 달려 나갑니다. 그리고 딜 하나가 끝나기가 무섭게 또 새로운 딜에 투입되고 업무가 시작됩니다.

뱅킹 업무는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한 달 내, 제안서 2개, 재무모델 2개, IM 1개 이런식으로 산출물을 내야하다보니 하나의 딜이나 한 회사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 들며 분석을 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즉, 짧은 시간안에 오류 없이 수 많은 재무모델, 제안서, IM (Investment Memo), 프로세스 레터 등 다양한 문서와 결과물을 멋지게 잘 찍어내면서 클라이언트와 잘 소통하고 딜에서 나타나는 암초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빠른 페이스의 멀티태스킹 능력

종합적으로 정리해보자면 뱅커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멀티태스킹 능력: 동시에 여러 딜을 진행하고 각각의 클로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
  2. 빠른 업무 진행(Fast-paced Work): 업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므로 신속한 대응과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필요
  3. 시간에 민감한 업무(Time-sensitive Tasks): 긴급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시간 관리 능력
  4. 고객 중심적 마인드(Client-oriented Mindset):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언제든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
  5.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Attention to Detail): 오타, 데이터의 정확성, 프레젠테이션의 품질 등 모든 세부 사항에 대해 높은 수준의 주의가 필요
  6.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Effective Communication): 구두 및 서면으로 다수의 고객사와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발표할 수 있는 능력
  7. 높은 업무 부하 처리(Ability to Handle High Workload): 한 달 내에 여러 개의 제안서, 재무모델, 투자 메모 등을 제작하며, 각각의 딜이나 회사에 대한 심층 분석을 신속하게 수행
  8. 문제 해결 및 창의적 사고(Problem-solving and Creative Thinking): 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초와 문제들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

PE에서 요구되는 업무 방식 및 자질

그에 비해 PE는 훨씬 더 느린 타임 라인을 가지고 진득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해야 합니다. PE 투자는 딜 발굴하는데 몇 달씩 걸리고, 투자할까 말까 분석하고 투심자료를 만들기까지 또 몇 달씩 걸리고, 그 다음은 예비투심, 실사, 본투심을 거쳐 납입하는데 또 몇 달씩 걸리고, 이후에는 몇 년에 걸쳐 투자회사를 관리하고 가치를 높여, 매각이나 상장을 통해 회수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회사에 대한 분석도 장점 위주로 하이라이트하고 마케팅 자료를 만들어내는 IB와 다르게, PE는 투자의 다운사이드를 더 분석해야 하고 비판적으로 보는 사고가 요구됩니다.

회사에 투자한 후에는 여러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 때, 재무와 숫자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IB는 인수나 투자가 끝나면 제 역할도 끝나지만, PE는 인수/투자 후에 또다른 크고 중요한 일을 본격적으로 해야하는 것이죠.

장기적 관점과 비판적 사고, 재무적/전략적 의사결정

예를 들어, 어떤 미용 의료기기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PE가 있습니다. 인수한 회사의 매출과 주문량이 증가하여 추가 공장 설비에 투자한다고 하고, 두가지 방안이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옵션 1. 현 공장 부지에 땅을 추가로 매입하고 설비를 증설하는 방식과,

옵션 2. 다른 지역에 있는 매물로 나온 공장 설비를 매입한 후 약간의 설비 변경을 하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이 때, 두 가지 옵션의 투자비용 대비 효용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옵션 2가 들어가는 비용은 낮을 수 있지만, 현 공장과의 거리로 인한 운반비, 물류비, 추가적인 사무실 공간 임차비, 인건비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어느 옵션이 더 이득인지, 또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 숫자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렇게 PE에서는 다양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핵심 업무 중 하나입니다.

이런면들을 종합해볼 때 요구되는 자질은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네요.

  1. 깊이 있는 분석과 비판적 사고: 투자대상회사의 리스크와 다운사이드를 면밀히 분석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 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신중히 할 수 있어야 함
  2. 전략적 사고와 가치 증대: 긴 투자 사이클 동안 투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3. 재무적 판단: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재무지식과 분석에 기반하여 판단을 내리거나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
  4. 장기적 관점과 인내심: 장기적인 투자 사이클에 있어 장기적인 관점과 결실을 맺기까지의 인내심
  5. 네트워킹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LP와 투자대상회사 모두에 좋은 관계를 맺고 또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능력

뱅킹 vs. PE, 첫 직장으로는 어디가 더 좋은가?

첫 직장으로는 PE보다 IB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 번 셀사이드 vs. 바이사이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주니어 때는 최대한 많은 딜을 경험하고,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재무모델링 능력, PPT로 IM, 보고서, 제안서 등을 작성하는 스킬셋은 IB에서 배우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에 PE에서도 대학교 졸업한 신입을 뽑기보다 뱅킹에서 2-3년 애널리스트 경험을 마친 인력을 뽑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보통 사모펀드는 뱅커, 회계사, 전략 컨설턴트 위주로 리크루팅을 하는데 주로 외국계 PE는 뱅커와 컨설턴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고, 국내 PE사들은 회계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봉 체계상 외사 뱅커 연봉을 국내 PE사에서 맞추기 어려운 면도 있음)

컨설팅에서 PE 가는 루트에 대한 포스팅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