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에 미국에서 수갑차다
제 인생에서 수갑을 차 본 유일무이한 때가 바로 2005년 2월, 미국 뉴저지에서 있었습니다. 이건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부모님도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비밀임 (부모님이 이 글을 보고 곧 아시겠지만).
고등학교 졸업식도 전에 발생한 일로 한국 나이로는 20살, 만으로는 18세에 불과했던 저는 술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고 마시지도 못했어요. 당시 랭귀지스쿨에 다니면서 친해진 한국 형들이 기숙사 방에서 다같이 술 한잔 하자며 학교 앞 세븐일레븐에서 맥주를 사오라고 했는데 저와, 저보다 4살 많아 만 22세였던 형 한 명이 사오기로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미성년자인 제가 당연히 안갔어야지 대체 왜 제가 같이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저와 같이 갔던 그 형이 본인의 ID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서 발생했습니다.

계산대에 술을 올려놓고서야 우리는 ID를 안가져왔다는 것을 알았고, ID를 요구하는 편의점 점장에게 기다리라고 하며 기숙사에 있는 다른 형에게 전화를 하여 ID 가지고 오라고 하며 우리는 멍청하게 그 편의점 안에서 그 형을 기다렸습니다. 한겨울에 눈까지 와서 밖은 너무 추웠고 기숙사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니 그냥 안에서 기다리자며…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죠. 점장이 가만히 있을리가 있나요? 그 때는 미국 물정은 커녕 세상물정도 모를 때라 그런 멍청한 선택을 여러 번 했죠. (만 18세에 편의점에 술 사러 같이 나간 선택, 편의점에 죽치고 앉아있던 선택까지도 갓벽)
우리가 편의점에 죽치고 다른 형이 ID를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점장은 경찰에 전화를 걸어 ‘미성년자로 보이는 애들이 술을 사려고 했고, ID가 없어서 거절했는데 편의점에 죽치고 앉아서 여전히 술을 고르고 있다’라고 신고 했을 겁니다.

마침내 그 형이 도착했고 우리는 다시 술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고 ID를 제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뿔싸. 점장의 신고를 받고 사복 경찰이 편의점에 들어와있었던 겁니다. 딱 봐도 어려보이는 저에게 와서 경찰이 몇살이냐고 물어보았고, 저는 또 한번 멍청하게 “twenty one”이라고 했지만 동공에 지진이 났기 때문에 경찰은 다시 한번 경고와 함께 물었습니다.
학교에 조회하면 너의 나이는 바로 나오고, 거짓말로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겁에 질린 저는 그제서야 “I’m eighteen”이라고 말했고, 다른 형들 둘과 함께 편의점 밖으로 추방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눈길에 무릎 꿇린 채 뒤로 등뒤로 수갑을 찼고, 우리 셋은 서로 말도 섞지 못한 채 각각 3대의 경찰 차에 나누어 탑승했습니다.

그 무섭다는 미국 경찰차에 타서 경찰서로 끌려간 18살의 저는 이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구나. 호기롭게 엄마 아빠에게 다녀오겠다고 미국 온지 한달만에 나는 추방 당하고 마는 구나.’
서로 입을 맞추지 못하게 각각의 방에서 일대 일로 대질 심문과 간략한 진술서를 작성했던 우리는 얼마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2-3시간 조사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경찰 아저씨들이 나름 친절했습니다. 심문을 하면서도 농담도 하고 긴장도 풀어주려 하는 느낌으로다가…
이대로 추방 당하는 것 아닌가 벌벌 떨던 우리는 이후 돈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였는데, 변호사 사무실을 찾기 위해 한인 신문에 나와있는 주소만 보고 엄청나게 추운 날 눈길을 걸어다니며 한인 변호사 사무실을 예약도 없이 walk-in으로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 중 가장 싸게 해주셨던 변호사 분에게 선임료 500달러를 내고 한달 후에 있을 법정 판결을 기다렸습니다. 법정에서는 청소년 경범죄 (juvenile misdemeanor)로 그냥 죄를 인정하면 벌금 받고 풀려날 거라고 해서 다 인정하고 벌금 150달러를 내고 종결되었습니다.
하여튼 술은 백해무익입니다.
애주가가 되다 (주량 약한)
술 한잔 못하던 저는 어느 순간 술을 조금씩 즐기게 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저녁 자리에 술 한잔은 하다보니 ‘아~ 이 맛에 술 마시는 구나?’ 하면서 반주를 하게 되고, 와인에 빠져 50병 넘게 수집하여 셀러도 사게 됐고, 한창 마실 때는 일주일에 5번 정도 저녁 먹으면 꼭 술을 마셨죠.

주량도 조금씩 조금씩 늘어났구요 (늘어난 게 소주 4잔, 와인 3잔). 근데 주량보다도 위험한 것은 잦은 음주 빈도였습니다. 제 정신상태도 조금씩 나태해지기 시작했고, 저녁은 꼭 지인들과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술 한잔하다보면 돈도 많이 나가고, 시간도 3-4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작년에 성경 일독을 하면서 이제 술을 끊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끊지는 못했고 줄이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다 11월부로 드디어 술을 끊기로 했고 이제 3주째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있어요.
어제는 오랜만에 투자자들간 저녁 모임이 있어서 참석했는데 10명 모인 자리에서 다들 고기에 와인을 먹는데 진짜 먹고 싶었습니다. 술 자리에서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잠깐 끊은건지, 아니면 평생 끊은건지 ㅋㅋ. 저는 평생 끊었어요!
모임이 종반으로 향해 가면서 술을 안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집으로 가니 기분이 아주 상쾌합디다. 새벽 3시에 기상해도 머리가 맑아서 좋았어요.

웰씽킹 저자 켈리 최 역시 술을 끊고 파티를 줄여 얻은 시간에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자기계발과 5년 내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삶을 단순하게 하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단 요즘 저녁 약속이 거의 없습니다. 일주일에 4-5번은 밖에서 저녁 + 반주를 하고 들어갔는데 요즘 책 읽기와 블로그 포스팅에 빠져 외부 사람과의 약속을 거의 안잡고 있습니다.
목표에 전념해서 살아보기
사람들은 일이 잘풀리고 원했던 것을 성취했을 때! 방심하고 나태해집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자멸의 길로 간다.”
“우리는 모두 편안함을 느끼는 잠재적인 기준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기준선을 넘어가는 성공을 거두면 무의식적으로 기준선으로 되돌아가려고 자기 파괴적인 행위를 한다.”
“큰돈을 벌기 시작하면, 새로 번 돈을 자기도 모르게 모조리 배수관으로 흘려보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시절에는 집중력과 집념이 약해진다. 자신이 추구하는 미래의 나를 더 원대한 모습으로 꿈꾸기를 멈춘다. 그리고 잠깐의 도파민을 얻는 쾌락을 추구하는 일에 빠진다. 수확의 법칙에 따라 우리는 뿌린 대로 거둔다.”
‘퓨처셀프’ 중에서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전념해서 살았다가 내가 원하던 것을 성취하면 또 나태해지고 꽤나 방탕하게 산 기간도 수년 됩니다. 예를 들어 PE 입사 후 연봉이 올라가고 투자로 수익이 나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그 사이 독서는 아예 안했고, 사치하고, 부주의하게 투자가 아닌 투기하고, 밖에서 먹고 놀고 마시느라 살도 많이 쪘었구요. 저 역시 그런 잘못을 범했고 후회도 저의 몫입니다.

이제 저는 원하는 목표를 높게 세웠기 때문에 독서와 콘텐츠 생산에 전념해보기로 했습니다. 전념하면 다른 삶이 심플해집니다. 술을 안마시니까 저녁 자리에 갈 필요도 없고, 미팅이 필요하면 점심이나 티타임으로 대체. 삶이 심플해지면 결정 피로도 없고 중요한 일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전념이 주는 보상은 달콤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압니다. 특히 지금 대학생이나 취준생 분들은 목표가 있으면 거기에 완전히 몰입하고 전념해보세요. 미디어를 끊고, 술자리나 모임에 가지 말고, 자격증 시험이나 인터뷰 준비 같은데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을 쓰면 결국 과실은 달콤할 겁니다.

저 역시 군입대 전 CFA 1차, 졸업 후 CFA 2차 + 학점 올 A를 받느라 사람들도 안만나고 졸업식도 안갔을만큼 몰입했고, 결과는 달콤했습니다.
그래도 인맥도 만들고 네트워킹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구요? 실력이 생기고 잘 나가면 네트워킹은 안하고 싶어도 해달라고 오는 게 인간관계입니다. 본인이 잘나면 사람들이 알아서 친해지고 싶어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