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금융권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항상 강의 서두에 금융권 Landscape에 대해 설명하며,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를 먼저 설명합니다. 금융권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안에 얼마나 다양한 직무가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진입에 대한 준비도 잘못하는 경우가 많구요. 그래서 항상 저는 금융권 내의 다양한 직무들을 알려주고, 그 안에서 본인의 성향과 맞는 커리어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금융권을 쉽고 또 가장 명확하게 나누는 기준이 바로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로 나누는 것입니다.
바이사이드 (Buy-side)
바이사이드는 말 그대로 Buy, 즉 사주는 곳. 자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또는 지분을 사고, 채권을 사고, 기업의 경영권을 사는 곳이기 때문에 투자사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보험사, 캐피탈사처럼 자본을 소유한 주체로 투자를 하는 사이드입니다.
셀사이드 (Sell-side)
파는 쪽인데 뭘 팔까요? 주식, 채권, 부동산 같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포함하여 재무자문, 세무자문, 컨설팅 등 서비스를 파는 것까지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금융권 내 셀사이드는 증권사, IB,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 등이 있습니다.
바이사이드 vs. 셀사이드 어디를 갈 것인가?
위 이야기만 봤을 때 어디가 좋아보이나요? 돈이 있는 곳이라 투자를 하는 곳 vs. 돈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대부분이 바이사이드를 원할 것입니다. 셀사이드는 소위 “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 바이사이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죠. 바이사이드는 셀사이드에 비해 “갑”의 위치에 있습니다. 회계법인이나 IB 사람들은 바이사이드 고객사들에게 잘 보이려고 멋진 제안서를 밤 새서 만들기도 하고, 보고 자료를 만드느라 새벽까지 야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나마도 피드백까지 안좋으면 다시 만들어야하구요. 고객사들의 요구사항이나 업무 결과에 대한 기준도 무척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셀사이드에 있는 많은 주니어들이 바이사이드로 옮기려고 합니다. 저도 금융권 진입을 준비할 때 사회초년생 선배형들로부터 “나도 나중에 바이사이드로 가야지”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 없이 그냥 남들처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가야지”, “대학 가면 군대 가야지”, “전역하고 취직해야지”와 같이 앵무새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바이사이드로 진입하려고 하는 취준생도 있습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조언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셀사이드를 먼저 경험하고 바이사이드로 넘어가라”
그 이유는 위 이미지에서 설명한 것처럼 딜 빈도수가 많고 업무량도 더 많기 때문입니다. 업무량 많은게 왜 좋냐구요? 주니어일 때는 경험을 많이 쌓고 스킬셋(skill-set)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갑질도 좀 당해보고 을질도 좀 해봐야 합니다. 고객사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밤 새면서 욕을 할지언정 그런 고생을 20대 후반, 30대 초에 해보는 것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됩니다. 30대 후반에 이르고 아이 둘을 키우는 지금 저보고 다시 그런 생활을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밤에 아이도 재워야 하고, 체력도 예전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그 시절의 헝그리 정신이 없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업무량이 많은 셀사이드에서 일하며 20대 후반-30대 초에 밤샘을 많이 했습니다. 갑질도 많이 당했습니다.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도 다반사에, 두 달 이상 이어진 힘 프로젝트 하나 힘겹게 끝내고 금요일에 퇴근하는 길에 미안한데,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는데 대기업 고객사에서 일정이 급해서 토요일에 바로 미팅을 원한다고 해서 토요일에 쌍욕하면서 출근한 적도 있습니다. 대기업이 무슨 토요일 근무를 하냐구요? 정확히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보유/운영 중인 소규모 회사가 고객사였고, 그 오너 일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무실로 쓰고 있는 한남동 저택에서 인터뷰 겸 업무를 한 것이었습니다.
한달 내내 새벽에 퇴근하기도 하고, 이틀 걸러 하루 밤새기도 하고. 아마 회계법인 FAS, 외사 IB를 10년 전에 경험한 분들은 제 말이 거짓말이나 과장이 아닌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근데 그 때 그렇게 빡세게 일했던 경험이 지금 다 제 자산이 되어서 이제 혼자 독립적으로 일하며 고객사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바이사이드로 갔다면 그런 경험을 쌓을 충분한 시간과 딜이 셀사이드에 비해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갑의 자리에 가서 을질 하는 법, 세일즈 하는 법, 고객의 부당한 요구에도 웃으며 최선을 다하는 법을 못 익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셀사이드 먼저 경험하고 바이사이드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셀사이드 vs. 바이사이드 업무 성격 차이 이해하기
- 셀사이드: 쉽게 말해, 세일즈맨, 딜러, 브로커. 회사나 상품을 잘 포장해서 팔아야하기 때문에 예쁘게 포장하는 법 – 즉 문서로 멋드러지게 회사 소개자료 만들기, 좋은 부분 강조하기 등에 포커스 맞춘 업무
- 바이사이드: 자본을 가지고 투자하는 주체이므로 투자 대상회사를 더 철저히 분석하고, 강점 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하여야 함
저 역시 셀사이드에서 5년 이상 근무를 하면서, 갈고 닦게 된 것이 바로 밸류에이션 등 엑셀로 복잡한 재무모델 돌리기, 예쁘고 깔끔한 Investment Memo (IM), 제안서 PPT로 만들기 등을 스킬로 얻게 되었습니다. 그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바이사이드로 넘어갈 수 있었구요.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의 생각 구조는 다르다
제가 셀사이드에서 5년간 일하다가 바이사이드인 사모펀드로 넘어간지 얼마 안됐을 때 대표님께 참 많이 혼났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했던 말 중 참 기억에 남는 말이 “너는 임마, 아직도 일하는게 딱 브로커야. 5년 동안 브로커 관점에서 일을 해서 말이야, 뇌가 브로커로 굳어 있어. 대충 뭐 수박 겉핡기식으로 포장만 하면 되는 줄 알아?” 입니다.
“내가? 수박 겉핡기식으로 포장했다고? 나는 누구보다 일 잘하고 자료도 잘 만드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것은 셀사이드 사람은 바이사이드처럼 회사에 대해 깊이, 또 면밀히 들여다보거나 분석하지 못한다 입니다. 못한다기보다 그럴 시간과 자원도 없고, 동기도 없습니다. 내 돈을 들여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중고차 딜러가 그 중고차에 어떤 하자가 있는지 꼼꼼히 따지고 면밀히 분석할까요? 잘 포장해서 고객에게 비싸게 팔면 그만이죠. 금융권 셀사이드 사람들은 그보다는 더 분석하고 고객사에 신뢰를 얻기 위해 열일하지만, 내 돈 (주로 LP돈이기는 함)들여 기업에 투자하는 바이사이드처럼 면밀히 검토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러 고객사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셀사이드에서 아무리 내가 일을 잘했더라도 바이사이드 오면 생각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더 면밀하게, 진심으로, 내 돈 들어간다 생각하고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철저히 파악해야합니다.
공장에 투자하면, 이 공장의 현재 설비 가동률이 몇 %인지, 월 매출이 얼마가 되면 추가로 증설해야하는지, 그 증설에 들어갈 투자비용은 얼마일지 등 머리에 딱딱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제가 사모펀드에 있을 때 대표님이 이런 걸 저한테 물어봤는데 제가 기억을 못하고 자료를 뒤지는 순간, 고성과 쌍욕이 날라왔습니다. 그런 터프한 분 밑에서 일을 배운 것도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번 글에서는 금융권 내에서 두 가지 축,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셀사이드, 바이사이드 내에서 또 크게 어떤 직무들이 있는지 적어보려구요. 제가 경험한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회계법인, IB 위주로 설명할게요!